사회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마음으로 이 상처들이 치료 가능한지 살펴볼 수 있는 책
따뜻한 마음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트라우마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 좀 더 생긴듯
25p.
사실 세월호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은 마음 깊은 곳에는 무력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모르겠는 마음이요. 그런데 바꾸어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사람들이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세월호 사건이 지겨운 것이 아니라, 결국 큰 고통과 불행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무기력한 우리 자신을 못견디는 것이니까요.
62p.
스트레스는 삶 전체가 붕괴된 게 아니라 삶의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
그런데 트라우마는 삶의 전반적인 판이 다 깨어지는 거예요.
66p.
그러니까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은 고통의 러닝머신 위를 계속 뛰는 셈이네요.
78p.
잘 아는 어떤 5.18 피해자분이 있는데...
그분이 평소에 트위터를 한달에 한두개쯤 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갑자기 하루에 30여개씩 매일 올리는 거예요. 그 내용이 다 친구들 만나서 밥 먹은 이야기, 술 마신 이야기, 노래방 간 이야기예요. 제가 그걸 보고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더니 그분이 뭐라고 하느냐면, 사람들이 가증스럽다는 거예요. 자기가 이십대 때 5.18을 겪으며 고문당하고 10여년을 감옥에서 살면서 죽을만큼 고통스러웠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요. 그런데 어린 학생들이 몇명 희생됐다니까 사람들이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데 그걸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글을 올리면서 엇나가는 거죠. 트라우마가 치유가 되지 않으면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가 없어요.
86p.
예전에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가 노조사무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일이 있었죠.
...
그래서 '여러분들이 죄의식이 크다면 그건 그 사람과 각별했더나 그 사람을 무척 아꼈다는 증거다'라고 말해줬어요. 그랬더니 그 이야기를 듣고 노조원들이 안심하는 거예요. 자기에게 죄가 있어서 죄의식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와 친해서 그런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죄의식이 덜어지는 거죠.
131p.
그냥 헛간을 단속하기 위해 마당으로 나간 착실한 농부들처럼 제 집 근처에서, 제 일터 근처에서 엄청난 눈보라를 만났고, 다시 온전한 마음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긴긴시간을 헤매고 또 헤매고 있다. 그 길지 않은 밧줄을 제때ㅑ 매어 이 얼어붙은 마음들을 어떻게 무사히 귀가시킬 것인가, 이것이 선생과 우리 모두에 고민이다.
213p.
무척 재미있는 것이, 생일시를 부탁하면 모든 시인들이 똑같은 반응을 보여요. 시인들이 시를 보내면서 하나같이 '혹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고칠게요'라는 거예요. 시인 자신의 고유한 작품인데, 어떻게 보면 너무 어이없는 얘기잖아요.
221p.
유가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꿈에서라도 아이가 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는 거예요.
228p.
저는 치유가 완성되려면 예술성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
기능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이해해서는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예술을 특정한 미적 양식이 아니라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 혹은 태도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적이어야 치유적이고 치유적인 것은 반드시 예술적이라고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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