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우연히 손에 잡혀 읽게 된 책. 


제목과는 달리 김남주시인과 김덕종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식량주권에 대한 이야기는 가볍게만 다루었다. 

예상치 못하게 만난 김남주시인의 동생, 농민운동가 김덕종님.

우직한 그들의 삶에 마음이 찌릿찌릿 한 부분이 몇군데 있었다. 


손석춘씨의 인터뷰스타일은 그닥 맘에 들지않았다. 인터뷰어의 삶 보다 김남주의 삶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듯한 태도도 그렇고, 북한 3대세습 문제에 대한 사상검열로 느껴지는 유도심문(?) 비슷한 부분도 보이고 해서..

좀더 농민 입장에서 본 식량주권 이야기를 생생하게 인터뷰했어도 좋았겠다 싶다.  


 


식량 주권 빼앗겨도 좋은가?

저자
손석춘, 김덕종 지음
출판사
철수와영희 | 2014-12-0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우리 시대 농업과 농민운동의 나아갈 길을 묻는다‘철수와 영희를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46p.

제법 진지한 자리였습니다. 아버지가 형한테 "대나무처럼 좀 살아라"그러더라고요. 집 뒤안이 온통 대밭이었는데 늘 보니 대나무도 바람부는 대로 쏠리거든요. 이를테면 세상 쏠리는 대로 살라는 당부의 말이었죠.

.....

그런데 형이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신념을 확실히 이야기하더라고요. 

"아버지, 사람이 가는 길에는 세 갈래의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억압과 착취하는 사람인 지배자 편에 서서 사는 사람,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형은 두 번째 길을 선택했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62p.


사랑은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70p.

새마을운동 없었으면 농민들이 계속 힘들게 살았을까요? 우리나라 농민들 엄청 부지런합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합니다. 새마을운동 없었어도 그 성실함으로 충분히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강제적으로 지붕 개량하고 길 내고 해서 빚으로 남았습니다.

....

농촌 젊은이들은 견디다 못해 서울로 식모살이 가거나 시커먼 공장 굴뚝에 처박혀 저임금으로 최소한의 사람대접도 못 받고 살았습니다. 

...

정책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 정책을 농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자발적으로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다음은 농촌 문화, 농민문화가 사라졌어요. 새마을운동 한답시고 쉬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북, 장구 치면서 놀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우리 농민들은 허리도 못 펴고 일했습니다. 쉴 수 있는, 놀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지요. 사람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건전하고 생산적인 문화가 없으면 삶 자체가 팍팍합니다. 정말로 우리가 계씅 발전 시켜야 할 농촌문화가 새마을운동으로 다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아니, 박정희가 없애버렸습니다.




72p.

전농 건설의 결정적인 계기는 수세투쟁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1987년부터 89년까지 수세 거부 투쟁을 했습니다. 갑오농민 전쟁 이후 최대의 투쟁이었고, 우리 농민운동사에서 대중투쟁으로서 괄목할 만한 투쟁이었습니다.

....

전국 농민 대중집회는 1989년 2월 13일 여의도에서 마지막이었고, 3년간 싸운 끝에 마침내 농민이 승리한 투쟁이었습니다. 고생한 만큼 감동도 컸습니다. 

....

마침내 1990년 4월 24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건설됐지요. 

...

이 조직이면 못해낼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정말 농민세상이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농민대중은 전농을 신뢰했습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회원들도 농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24년이 지난 지금 전농조직은 창립 초창기보다도 훨씬 힘이 약화됐습니다. 물론 여러 원인이 있겠지요. 모든 운동가들의 책임이 큽니다. 참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96p.


노동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산은 무너지고 이제 오를 산이 없다 한다

깃발은 내려지고 이제 우러러 볼 별이 없다 한다

동상은 파괴되고 이제 우러러 볼 별이 없다 한다

무너진산
내려진 깃발
파괴된 동상
나는 그 앞에서 망연자실 어찌할 바를 모른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암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파도에게 나는 물어본다
파도는 하얗게 부서질 뿐 말이 없고 나는 외롭다
바다로부터 누구를 부르랴 이름이 없다
꿈속에서 산과 깃발과 동상을 노래했던 내 입술은 
침묵의 바다에서 부들부들 떨고 나는 등을 돌려
현실의 세계에 눈과 가슴을 열었다

기고만장해서 환호하는 자본가의 검은 손들

그 손을 맞잡고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패자들의 의기양양한 얼굴들
기가 죽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노동과 투쟁의 어제를 입술에 깨물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낯익은 사람들

나는 애증의 협곡에서 가슴을 펴고 눈을 부릅떴다
하늘은 보이지 않는 장막 그러나 나는 보았다
먹구름 파헤치고 손짓하는 무수한 별들을
아직도 그 뿌리가 뽑히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그리고 날벼락에도 꺽이지 않고 요지부동으로 서 있는 불굴의 바위들을

저 별은 길 잃은 밤의 길잡이이고
저 나무는 노동의 형제이고
저 바위는 투쟁의 동지이다
가자
가자
그들과 함께 들판 가로질러 실천의 거리와 광장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자 끝이 보일 때까지
역사의 지평에서
의기도 양양한 저 상판때기의 검은 손들을 치우고
노동의 대지에 뿌리를 내린 투쟁과 승리의 깃발이 나부끼게 하자

 

 

 


103p.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정당을 대중속에서 대중과 함께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옳은 방향이라면 대중을 믿고 해야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당은 당연히 대중이 주인이 됩니다. 대중 자신들의 당이 된다 이 말입니다. 또 대중 스스로가 당을 지키게 되겠지요. 권력의 탄압도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똑똑한 몇 사람이 합의하고 당원 모집해서 뚝딱 만들어봐야 맥 못 폅니다. 




106p.

운동가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반영구적인 걸 만들어놓고 간대요. 이를테면 우물 덮개, 마을 게시판 등을 설치한답니다. 그것도 운동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동네 청년들하고 함께 만든답니다. 

...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반드시 자신처럼 동네에서 일을 할 사람을 심어놓고 떠난다는 사실이에요. 또 하나는, 마을주민들이 우물 덮개와 게시판을 보면서 떠난 그 운동가를 늘 떠울린답니다. 그러면 무슨 생각이 나겠어요? 그동안 같이 지내고 얘기했던 생각을 하게 되잖습니까. 그러면서 주민들의 의식이 더 발전한다네요. 의식화라는 게 강요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생활속에서의 헌신입니다. 지식인 출신 운동가들이 가져야 할 자세인 것 같아요. 



Posted by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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